고려와 거란의 전쟁은 단순한 국경 분쟁이 아니었다. 그것은 민족의 자주성과 생존, 그리고 동북아시아 질서를 둘러싼 대전략의 충돌이었다. 10세기 후반부터 11세기 초까지 세 차례에 걸친 전쟁은 고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, 동시에 강인한 자주 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.1차 전쟁 (993년) – 소손녕과 서희, 외교의 승부1차 전쟁의 배경은 신라 멸망 이후 혼란스러웠던 동북아의 세력 재편 속에서 비롯되었다. 요(거란)는 926년 발해를 멸망시킨 후 동북아 패권을 쥐고자 하였고, 고려는 통일신라와 고구려의 계승자로서 독자 노선을 걷고 있었다. 양국 간 긴장은 필연적이었다.993년, 거란은 고려가 송과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소손녕이 이끄는 8만 대군을 보내 침공한다. 고려는 압록강 하류의 성을 지키며..